21. 아들의 늦은 귀가
한때는 잘나가던 기업체 사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잘못하여 이분이 그만 부도를 맞았습니다.
회사를 살려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가족들이 살던 집마저 경매로 넘어가고 하루아침에 거리로
나앉게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처지를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죽으려고 자살까지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주위 분들의 작은 정성과 도움으로 조그만 분식집을 열어 생계를
꾸려나가기로 마음먹었죠. 막상 가게 문을 열고 보니 장사가 잘될 리가 없죠. 한때는 직원을 수백 명이나
거느리던 잘나가던 사장이었으니, 이해할 만도 합니다. 그래도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결심으로,
이를 악물며 밀가루를 어루만지며 만두를 빗고, 칼국수를 삶아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유치원 다니던 아들 녀석이 보이질 않는 겁니다. 아무리 상가를 뒤지고 방송을 해도 아이를 찾을 수가 없었죠.
부부는 하는 수 없이 집에 돌아와 눈물만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밤 11시가 넘어 이 녀석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초췌한 모습에 배가 고픈지 할 말을 잊은 듯 했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아들을 보자마자 때리며 말했습니다.
“자식 하나 있는 게 너마저 이렇게 속을 썩이는구나. 차라리 나가 죽어라. 어찌 세상이 이렇게 모질단 말이냐!”
아들은 어디를 갔다 왔는지 말할 겨를도 없이 울다 지쳐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반듯이
뉘이려고 바라보는 순간, 아이의 바지 주머니에 볼록하게 튀어나온 게 있었습니다. 아빠는 궁금해서
아이의 호주머니를 뒤졌죠. 그런데 그 아이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아빠가 운영하는 분식집을 광고하는
스티커였습니다. 아이는 아빠가 힘든 처지에 있다는 것을 알고 아빠를 도우려 상가와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스티커를 붙이다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늦은 시간에 돌아왔습니다. 순간 아빠는 아이를 껴안고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아들의 마음을 모르고 매질을 한 것과, 자신의 처지가 눈물을 쏟아내게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한참 울다가 이들의 울음은 웃음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그래 내가 잃은 것은 재산일 뿐이야. 하지만 내겐 이런 자식이 있지 않은가. 이제 시작해도 늦지 않아.
지나간 것은 내 인생에 서막일 뿐이야. 진짜 내 인생은 이제부터야.”
뒤늦게 진정한 삶의 가치를 깨달은 아빠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게 되었고
주어진 현실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