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시운전 ------강지수.2024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시운전 날 때부터 앞니를 두 개 달고 태어난 아이치고 천성이 소심하다 했습니다. -가장 부끄러운 기억이 뭐예요? 종합병원 의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발가벗고 있는 나를 내려다보았을 때요 - 그게 기억나요? 최초의 관심과 수치의 흔적이 앞니에 누렇게 기록되었지요 나와 함께 태어난 앞니들은 백일을 버티지 못하고 삭은 바람에 뽑혀야 했지만, 어쩐지 그놈들의 신경은 잇몸 아래에 잠재해 있다가 언제고 튀어 올라 너 나를 뽑았지, 우리 때문에 너는 신문에도 났는데, 하고 윽박을 지를 것 같더란 말입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다 大자로 뻗었을 때 혹은 동명의 시체를 발견했을 때 그럴 때에는 앞니를 떠올려보곤 하는 겁니다. 천성이란 무엇인지, 왜 어떤 흔적은 흉터로서 역할하지 못하고 삭아져버리는지 -당신, 당신은 한 번 죽은 적 있지요 아뇨 아뇨 하고 되돌아 도망치다 보면 잔뜩 눌어붙은 마음에 칼질을 해대는 것 한 가지 알려줄까요 무 이파리가 시들헤서 죽은 줄 알고 뽑아보면 막상 썩지는 않은 경우가 많답니다 싱싱하지 않을 뿐 살아는 있어요 매운 향을 뿜으며 가끔 손등을 깨물어요 그러면 삐죽 튀어나온 앞니 두 개가 찍힙니다. 나는 그것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어요 내가 어딘가에 남길 수 있는 가장 분명한 자국이거든요 벌겋게 부풀어 오르는 피부까지도 저 멀리 보이는 친구를 피해 길을 돌아갈 때 혹은 다시 태어나서도 나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할 때 그럴 때에는 앞니를 떠올려보곤 하는 겁니다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천성 나와 분리된 조각들에 대하여 그리고 그리워하는 겁니다 발가벗고도 이를 내보이며 웃었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