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면접 스터디 ------- 강지수. 2024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면접 스터디 허리를 반으로 접고 아 소리를 내면 그게 진짜 목소리라고 한다 진짜 목소리로 말하면 신뢰와 호감을 얻을 수 있다고 그러자 방에 있던 열댓 명의 사람들이 제각기 허리를 숙인 채 아 아 소리를 낸다 복부에서 흘러나오는 진짜 목소리가 방 안을 채운다 이제 그 음역대로 말하는 겁니다 억지로 꾸며낸 목소리가 아닌 진짜 당신의 목소리로요 엉거주춤 허리를 편 사람들이 첫인사를 나눈다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저는 대전에서 왔고 ------ 멋쩍은 미소를 짓고 몇 번 더듬기도 하면서 말을 하다가 불쑥 허리를 잡고 다시 아 아 거리는 이 도 있다 나는 구석에 앉아 이 광경을 바라본다 선생님이 손짓한다 이리 와서 진짜 목소리를 찾아보세요 쭈뼛거리며 무리의 가장자리에 선다 허리를 숙인다 정강이가 보이고 뒤통수가 시원하다 아 아 아 낮지도 높지도 않은 미지근적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옆집 아이와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쳐 어색하게 안부를 물을 때 보다는 낮고 지저분한 소문을 전할 때 보다는 높다 언뜻 저 사람과 그 옆 사람의 목소리하고 똑같다 우리 셋이 동시에 애기하면 참 재미있겠죠 진지한 모임에서 그런 말은 할 수 없어서 그저 소리만 낸다 아 아 교실은 소리를 머금은 상자가 되고 이가 나간 머그잔에 물을 담아 마시다가 바닥에 흘렸다 닦아내려고 허리를 숙인 찰나 물 위로 번지는 그림자가 보였다 진짜 같았다 고개를 들었다 진짜사람들이 진짜미소를 지으며 진짜 멋진 진짜옷을 입은 게 이제야 눙에 들어왔다 우리는 다 합격할 수 있을 거예요 진짜행복이 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