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벽 ------- 추성은. 202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벽
죽은 새
그 옆에 떨어진 것이 깃털인 줄 알고 잡아본다
알고 보면 컵이지
깨진 컵
이런 일은 종종있다
새를 파는 이들은 새의 발목을 묶어둔다
날지 않으면 새라고 할 수 없지만 사람들은 모르는 척 새
를 산다고, 연인은 말한다
나는 그냥 대답하는 대신 옥수수를 알알로 떼어내서 길
에 던져두었다
뼈를 던지는 것처럼
새가 옥수수를 쪼아 먹는다
몽골이나 오스만 위구르족 어디에서는 시체를 절벽에 던져둔다고 한다
바람으로 영원으로 깃털로
돌아가라고
애완 새는
컵 아니면 격자 창문과 백지 청진기 천장
차라리 그런 것들에 가깝다
카페에서는 모르는 나라의 음악이 나오고 있다 언뜻 한
국어와 비슷한 것 같지만 아마 표기는 튀르크어와 가까운
음악이고
아마 컵 아니면 격자 창문과 백지 청진기 천장이라는 제
목일 것이고
새장으로 돌아가라고 ------
아마 그런 의미겠지
연인은 나 죽으면 새 모이로 던져주라고 한다
나는 알이 다 벗겨진 옥수수를 손으로 쥔다
쥐다보면 알게 될 것이다 컵은 옥수수가 아니라는 것
노래도 아니고
격자 창문과 백지 청진기도 아니고
진화한 새라는 것
위구르족의 시체라는 사실도
새의 진화는 컵의 형태와 비슷할 것이다
그리고 끝에는 사람이 잡기 쉬운 모습이 되겠지
손잡이도 달리고 언제든 팔 수 있고 쥘 수도 있게
새는 토마토도 아니고 돌도 아니기 때문에 조용히
죽어 갈 것이다
카페에서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그건 어디서 들어본 노래 같고 나는 창가에 기대서 바
깥을 본다
곧 창문에 새가 부딪칠 것이다
깨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