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그렇게 배웠으니 그렇게 했을 뿐 ----------- 김태현 마태오 신부
신앙인이기 때문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행하기도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더 된, 제가 보좌신부일 때의 일입니다.
70세를 바라보시는 어머니와 이제는 한 가정을 이룬 성인이 된 딸이 갈등하게 된 사건을 털어놓았습니다.
"저는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어요. 사실 어머니는 부모님들만의 합의로 신랑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혼인하셨어요.
시댁에 들어가 사시면서 저와 동생을 낳으셨는데, 아버지가 어느 날 집안의 재물을 몰래 들고 나가 다른여 자와 살림을 차린다고
사라졌어요. 그런데 어머니는 홀로 시부모님을 모시고, 자녀들을 키우며 고생하고 사셨어요. 아버지는 완전히 집안과 연을 끊고
어디에 사는지도 모른 채 지금까지 살았고요. 그런데 사회복지사를 통해 연락이 왔어요. 아버지 이름을 말하며, 병들어 움직이지도
못하는 아버지의 가족관계를 찾아 연락하게 되었다고. 이 연락을 받고 어머니는 고민하시다가 아버지를 자신의 집으로 모시겠다고
했어요. 물론 저와 동생은 아버지의 얼굴도 기억도 없을 뿐 아니라, 어머니의 고생을 알기에 반대했는데 어머니는 아버지를 집으로
모셔와 마지막까지 돌보셨어요."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 어떻게 그러실 수 있는지를 물어보았습니다.
"이제는 잊고 지낸 사람이기에 저도 처음에 놀랄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기도했어요.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예수님이 말씀하셨잖아요. 원수도 사랑하라고 --- 지금까지 많은 고생을 하면서 살았어도 예수님이 정말 힘이 되었고, 은총도 많이
받아서 아이도 잘 키울 수 있었어요. 그렇게 배웠으니 그렇게 했을 뿐이에요."
담담히 말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어쩔 수 없다는 듯 바라보지만, 어머니의 신앙을 곱씹는 딸의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용서와 사랑은 참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고, 나는 그렇게 할 수 있는지를 질문하며, 죽음조차도 사랑으로 승리하신
예수님을 배워 우리도 사랑의 승리자가 되었으면 합니다. 예수님의 제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을 사랑으로 해결하는 승리자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