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 攝理에 대하여 ---------- 세네카
"하지만 신은 왜 운명을 나눌 때 너무나 불공평하게 선한 이들에게만 가난과 상처와 잔혹한 죽음을 주었는가?" 장인이라 해도 재료의 본성을 바꿀 수는 없어서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어떤 재료들은 다른 것과 떼려야 뗄 수 없이 붙어 있어 나눌 수가 없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무기력하게 늘 잠에 빠지려 하거나 깨어 있어도 잠든 듯한 이들은 활기 없는 물질에 둘러싸인 이들입니다. 이들을 참된 인간으로 만들려면 더 강한 운명이 필요합니다. 그의 길은 순탄치 않을 것입니다. 그는 오르막과 내리막을 오르내려야 하고, 그의 배는 거친 바다에서 폭풍을 뚫고 나아가야 합니다. 운명의 거센 흐름 속에서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힘겨운 일들이 많이 닥치겠지만, 스스로 그것을 다스리고 평탄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불이 금을 단련하듯, 시련은 용기 있는 자를 단련합니다. 미덕이 얼마나 높이 올라가야 하는지 보십시오. 그러면 미덕이 안전한 길을 택하지 않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왜 신은 선한 이들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게 내버려두는가?" 사실 신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신은 선한 이들에게서 모든 악, 즉 범죄와 악행, 사악한 생각과 욕심, 맹목적 욕정, 남의 것을 탐하는 마음과 같은 모든 악을 없애주었습니다. 신은 악한 것으로부터 선한 이들을 지키고 구합니다. 그런데도 선한 이들이 져야 할 짐까지 덜어달라 조르는 이는 무슨 생각입니까? 하지만 정작 선한 이들은 신이 그런 것까지 걱정하지 않도록 배려합니다. 그들은 외적인 것을 하찮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반면 내가 너희에게 준 좋은 것은 견고하고 영원하여, 누군가 그것을 끊임없이 뒤집어 살펴볼수록 더욱 좋고 위대함이 드러난다. 나는 너희가 두려운 것을 하찮게 여기고 욕망을 혐오할 수 있게 했다. 너희의 좋은 것은 내면을 향하고 있어 겉으로는 빛나지 않는다. 우주도 마찬가지로 외적인 것은 하찮게 여기고 자신을 보며 기뻐한다. 나는 모든 좋은 것을 안에 두었다. 행운이 필요 없다는 것이 너희의 행운이다.
가난을 두려워 말라. 태어날 때보다 더 가난할 때는 없다. 고통을 두려워 말라. 그것은 풀리거나, 너를 풀어줄 것이다. 죽음을 두려워 말라. 그것은 모든 것을 끝내거나, 너를 다른 곳으로 데려갈 것이다. 운명을 두려워 말라. 나는 운명에게 너희의 정신을 죽일 무기를 주지 않았다.
무엇보다 내가 가장 신경 쓴 것은 아무것도 너희의 의지에 반해 너희를 붙잡아두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출구는 늘 열려 있다. 싸우기 싫다면 언제든 떠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필요한 모든 것 중에서 죽음을 가장 쉽게 만들어 놓았다. 목숨을 내리막길에 두었다. 삶이 너무 길게 느껴지면 잠시만 생각해보라. 자유로 가는 짧고도 쉬운 길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나는 너희가 이 세상에 올 때는 오래 기다리게 했으나, 떠날 때는 즉시 떠날 수 있게 했다. 만약 네가 천천히 태어난 것처럼 천천히 죽게 했다면, 운명은 너희를 더 강하게 지배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