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 운명에 대하여 ----------- 세네카
저는 운명을 결코 믿지 않았습니다. 운명이 평화와 안정을 베풀 때조차 경계심을 놓지 않았습니다. 운명이 돈과 공직과 영향력으로 호의를 베풀었지만, 저는 그것을 언제든 담담히 반납할 수 있도록, 그것들을 잠시 빌려둔 셈이라 여기고 거리를 두었습니다. 그러므로 운명은 그것을 빼앗아 간 것이 아니라 맡겨둔 것을 되찾아 간 것입니다. 운명은 자신이 준 행운에 취하지 않은 사람을 불운으로 꺾을 수 없습니다.
운명의 선물을 영원한 자신의 것으로 여기고 사랑했던 자들, 그것으로 남들의 존경을 얻으려 했던 자들은, 헛되고 변덕스러운 즐거움이 그들을 떠나면 쓰러져 통곡합니다. 그들의 허영심 가득하고 유치한 마음은 참된 기쁨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순조로울 때도 들뜨지 않는 사람은 운명이 바뀌어도 위축되지 않습니다. 이미 그 단단함이 입증된 마음은 좋은 운과 나쁜 운 모두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은 행운을 누릴 때도 앞으로 닥칠 불운에 맞설 힘이 자신에게 있음을 스스로 증명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