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 작고 연약한 것을 향한 연민 ----------- 정수윤 작가

네거리 사탕(신호등 사탕)이 50원 하던 시절. 나는 500원짜리 동전을 내고 사탕을 샀다. 가게를 나와 신호등 색깔 사탕 세 개 중에 뭘 먼저 먹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손에 쥔 잔돈을 헤아렸다. 100원짜리가 다섯 개. 분명 사탕을 샀는데 돈이 줄지 않았네. 나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 50원을 돌려드리러 왔다고 말했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주인아저씨가 한 말이 또렷이 기억난다. 아저씨는 살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돈을 받지 않고 도리어 껌 한 통을 주며 말했다. “착하구나, 앞으로도 이렇게 살렴.” 여덟 살 무렵, 내가 알던 덧셈·뺄셈의 세계가 다른 차원으로 확장된 기분이었다. 몇 달 전 북한에서 온 친구들과 시 모임을 가졌는데, 한 친구가 자작시를 발표하며 이런 사연을 들려줬다. 막 한국에 와서 말도 어눌하고 힘들 때 택시를 탔다. 기사님이 국적이 어디냐고 묻기에 탈북민이라고 답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음은 시의 뒷부분. ‘목적지에 도착해 택시비를 내려 할 때 기사님은 대한민국에 잘 왔다고, 열심히 살아서 정착 잘하라며 택시비를 받지 않고 가셨다. 가끔 힘들거나 기쁜 일 생길 때마다 기사님 생각이 난다. 다시 만나진 못해도 이 말은 꼭 해드리고 싶다. 기사님, 저 정착 잘하고 열심히 잘 살고 있어요, 라고.’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보니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보니’라는 책에 이런 일화가 나온다. 수잔은 암 환자였다. 항암 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지고 몸이 으슬으슬 추워 간호사에게 모자를 요청했는데 머리에 덮을 만한 게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 얘기를 들은 다른 간호사가 멀리 주차된 자기 차로 걸어가 본인의 비니를 가져다준다. 수잔은 눈물을 글썽이며 그 일을 떠올리면서 병원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고 말한다. 일상에서 만난 작은 칭찬, 뜻밖의 친절, 사소한 배려가 사람을 살게 한다. 기쁘게 살게 한다.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건 우연히 마주친 인간애, 작고 연약한 것을 향한 연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