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 르네 데카르트

- 왜 모든 것을 일단 의심해봐야 하는가? - 데카르트는 지식의 건축물을 쌓아 올리기에 앞서, 토대를 건실하게 다지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데카르트가 택한 방법을 ‘보편적 회의’, 혹은 ‘체계적 회의’라 한다. 일단 모든 것을 의심한 뒤,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는 지점을 하나하나 찾아나가는 것이다. 그가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이유는 당시의 철학과 신학이 복잡한 논리에 따른 논증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그 전제부터가 믿을 만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그이 첫 번째 저서인 <방법서설>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성인이 되기 전 유년기에 우리의 감각기관 앞에 놓인 사물에 대해 여러 다양한 판단을 내린다. 그런데 이때 자신의 이성이 충분히 발휘하기도 전에 먼저 주입된 편견이 우리의 진리 인식을 방해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러한 편견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생에 한 번쯤은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것이라면 일단 모조리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의심은 모든 것을 그저 부정하기 위한 의심이 아니라, 하나의 방법으로서의 회의일 뿐이다. 이전까지의 모든 지식을 일단 한 번 의심하고 검토함으로써 더 이상 의심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포대 자루 안에서 썩은 감자가 하나라도 발견되었다면, 일단 포대 안의 감자를 모두 쏟은 뒤 썩은 감자를 가려내자는 것이다. 그는 지식에 관해서라면 일말의 거짓도 남기지 않고자 했다. 그는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모든 것을 의심하라‘라는 말과 같았다. 그것은 지식을 흐르는 모래 위에 세울 수 없다는 의미였다. -’나는 생각한다‘는 것으로 감각의 악마를 이겨낸다 - 데카르트는 가장 먼저 자신의 감각기관을 의심했다. 우리 자신이 진실하다고 느끼는 감각도 실은 허상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감각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인간은 자신이 경험한 모든 종류의 감각을 다 의심해볼 수 있다. 이를 위해 데카르트는 하느님만큼이나 강력하면서도 음험한 악마의 존재를 상상해냈다. 이 악마는 인간이 보는 하늘이며 호흡하는 공기, 밟는 대지, 나아가 각종 사물의 모양, 색깔, 소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가상으로 지어내 인간을 속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인간은 눈,코,귀,손발 등의 감각기관을 통해서는 세상을 올바로 지각할 수 없게 된다. 그 모든 것은 악마가 만들어낸 환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감각기관이 모여 있는 신체는 환상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인간은 과연 어떤 무기로 악마의 이런 속임수를 떨쳐낼 수 있을까? 데카르트가 생각한 무기는 인간의 사유 자체였다. 수학의 공리처럼 사유는 가장 순수하고 근본적인 것이었다. 수학자이기도 했던 데카르트는 대수학, 기하학 연구의 명확성만은 의심하지 않았다. 물리학, 천문학, 의학과 같은 복합적 학문에는 얼마간 의심의 여지가 존재할 수 있어도, 수학만은 순수하고 확실한 진리라고 생각했다. 데카르트는 이렇게 현실에서든 꿈속에서든 달라지지 않고 왜곡되지 않는 진리를 ’本有觀念‘이라고 불렀다. 그렇다면 인간 자신에 대해 가장 정확하고 의심할 필요가 없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가 모두 아는 데카르트의 명언이 도출되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I think, therefore I am).” “ 내가 의심하고 있다는 것은 내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고 있으므로 나는 존재한다. 내가 의심하고 있을 때에는 의심하고 있는 나 자신의 존재를 의심할 수 없다.” 여기서 ’나‘는 순수한 사유의 주체로, 감각이나 육신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어 그는 [제2성찰]에서도 비슷한 말을 한다. “엄밀하게 말해서, 나는 오직 사유하는 존재, 하나의 정신, 하나의 지성, 하나의 이성이다. …” 이러한 데카르트의 사상은 서양 근대 철학의 토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