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4. 조지 버클리 ----------- <인간 지식의 원리론>

- 존재하는 것은 지각되는 것 - 버클리는 <인간 지식의 원리론>에서 “관념이 존재하는 것은 지각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유명한 ‘존재하는 것은 지각되는 것’이라는 명제다. 많은 사람들이 버클리의 말을 ‘사람이 지각하지 못하는 사물은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라는 듯으로 오해하고 있다. 버클리가 진정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어떤 사물이 존재한다면 누구든 그 사물을 지각할 수 있고, 우리가 그 사물을 지각할 때라야 그 사물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버클리의 이런 견해는 로크보다 훨씬 더 멀리 나아간 것이다. ‘실체’라는 것에 대해 로크는 단언할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했지만, 버클리는 물질적 실체란 없고 지각된 존재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버클리는 <인간 지식의 원리론>에서 “그렇다면 로크가 제기한 1차 성질과 2차 성질의 구분은 없어져야 한다”라면서 길이, 높이, 부피 등의 성질은 순수하게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극히 미세한 작은 생물에게는 먼저 한 톨도 거대하게 보일 테니 말이다. 1차 성질이라는 것도 실은 인간 마음의 산물일 뿐 인간의 마음 바깥에 존재하는 독립적인 속성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버클리가 보기에 1차 성질과 2차 성질이라는 구분은 맞지 않는 것이었다. 실은 모든 것이 2차 성질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자아와 신이라는 개념은 예외다. 버클리는 “감각기관을 무시하는 인간은 어리석다. 감각기관이 없으면 인식할 수도 없고 사유할 수도 없다.” “우리가 지각하는 것은 오직 우리의 감각”이라고 말했다. 버클리는 결코 외부 사물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가 부정한 것은 ‘실체’의 존재였다. 그에게 사물이란 어디까지나 지각된 성질(관념)의 집합일 뿐이었다. - 버클리의‘맹점’ : 신은 어떻게 지각되는가? - 버클리는 이렇게 말한다. “우주 안의 모든 물체는 인간의 마음 바깥에 있는 독립된 존재가 아니다. 그것들은 인간의 마음에 지각되고 인식됨으로써 존재하는 것이다. 나에게 지각되지 않으면 그것들은 나의 마음속이나 다른 피조물의 정신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것들은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아니면 영원한 정신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영원한 정신? 그게 뭘까, 그렇다, 바로 신이다! 버클리는 인간이 보고 있지 않을 때에도 사물이 사라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신이 시시각각 모든 것을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앞에서 예로 의자처럼, 선생님이나 학생들의 시각이 의자에서 떠났더라도 교실의 의자가 사라지지 않은 것은 신이 계속 그 의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버클리는 신을 ‘영원한 정신’이라고 했던 것이다. 버클리는 또한 신만이 유일한 실체이며 인간의 모든 지각은 신으로부터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신이 존재하기 때문에 인간은 존재할 수 있고, 지각은 인간이 만물을 체험할 수 있도록 신이 인도하는 등불인 것이다. 그렇다면 신은 지각될 수 있는가? 이 문제는 버클리의 맹점으로도 보인다. 신은 누구에게도 지각될 수 없다. 신은 관찰될 수 있는 물리적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직자인 버클리는 신을 믿는 사람이었다. 버클리에게 과학 연구란 신의 작품을 연구하고 신의 원고를 읽는 일이었다. 그러므로 과학자의 일은 사실 신을 향하는 일이었다. 신이 모든 규칙을 만물에 부여했기 때문이다. 과학 연구의 본질 또한 여러 관념들 속에서 규칙성을 발견하는 일이었다. 버클리가 해명해야 할 반박은 또 있었다. 착각은 왜 일어나는 것인가? 모든 존재한 것이 단지 인간의 지각일 뿐이라면, 착각과 지각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나? 물이 든 컵에 빨대를 넣으면 굴절로 인해 왜곡 현상이 발생한다. 하지만 실제로 빨대는 곧은 형태 그대로이다. 이런 감각기관의 문제에 대해 버클리는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다. 바꾸어 말하면, 인간의 마음이 다양한 감각을 어떻게 종합하는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의 철학자 드니 디드로는 버클리를 ‘미친 피아노’로 비유하며, “지각할 수 있는 어떤 피아노가 미친 나머지, 자신만이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피아노이며 우주의 모든 조화가 자신에게 일어난다고 믿고 있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그는 “물체의 존재 자체를 반대한다는 것은 도저히 참고 이겨낼 수 없는 고난”이라며, “황당무계한 논리일수록 가장 반박하기 어렵다. 이런 식의 사고는 인간의 마음과 철학에 대한 수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