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 게오르크 헤겔 –---------- 정신현상학

- 정반합 : 끊임없이 운동하는 체계‘ - 헤겔의 철학에서 인류의 사유는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로 발전하는 과정으로 여겨진다. 헤겔의 <철학적 학문의 백과전서 강요>는 논리학, 자연철학, 정신철학 등 3부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일부인 ’논리학‘에서는 존재와 본질, 개념등에 대해 다룬다. 헤겔의 논리학을 형식 논리로 이해하면 안 된다. 이 책에서 헤겔은 논리학과 형이상학은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헤겔 철학의 핵심관심은 사유와 존재는 동일하며, 주관과 객관은 이념 안에서 통일되기 때문이다. 2부인 ’자연철학‘에서는 역학, 물리, 유기학의 문제를 다룬다. 과학자들의 일을 대신하려는 것은 아니고, 이 글에서는 다만 이념과 자연의 변증법적 관계에 대해 논한다. 헤겔은 자연은 독립적 의지가 없고, 정신이 발전하는 과정 중의 한 단계일 뿐이라고 보았다. 그에 반해 정신은 자유이며, 자연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으로 새롭게 귀환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필연적으로 세 번째 단계인 ’정신철학‘으로 진입한다. 이 단계는 다시 주관정신, 객관정신, 절대정신이라는 세 단계로 나뉜다. 객관세계는 주관정신이 자기의 바깥으로 외화된 것으로, 물질적 자연이 아니라 법률, 도덕, 국가와 같은 정신과 문화의 세계다. 이 정신은 다시금 자기소외를 지양하고 새로운 자기 자신으로 귀환하는데, 이것이 바로 예술, 종교, 철학과 같은 절대정신이다. 아마도 헤겔은 3이라는 숫자를 가장 좋아했을 것이다. 그의 변증법도 정립, 반정립, 종합이라는 세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헤겔의 변증법은 그의 철학 모든 면면에 녹아들어 있는데, 그중 최고봉이 <정신현상학>이다. 이 책은 낮은 의식이 절대 지식에 이르기까지의 기나긴 과정을 보여준다. 그래서 <정신현상학>은 헤겔철학 체계의 도입부 내지 서막으로도 여긴다. 기존의 학자들은 <정신현상학>에 대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이 책을 읽는 다는 것은 한 사람의 정신적 성숙 과정을 읽는 것과 같다고 해설하곤 했다. 혹은 <정신현상학>에서 묘사하고 있는 것은 정신 자체의 발전 논리와 내재적 구조이며, 이러한 논리와 구조는 최종적으로 인류의 역사에서 전개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마치 헤겔의 역사철학처럼. - 실체는 곧 주체다 - <정신현상학>에 나오는 이 말은 대체 무슨 뜻일까? 헤겔은 우리에게 전체 인류 의식의 발전사 혹은 정신의 발전사를 펼쳐 보인다. 인류의 의식은 변증법을 통해 갈등과 모순을 거쳐 발전함으로써 현상과 본질의 일치에 이른다. 헤겔은 <정신현상학> 서문 “과학적 인식을 논하는’ 부분에서 한 가지 중요한 관점을 제기한다. ”모든 문제의 관건은, 참된 것 혹은 진리는 실체로 이해되고 표현될 뿐 아니라 주체로 이해되고 표현된다는 데 있다.“ 한마디로, ‘실체가 곧 주체’ 혹은 절대정신이 곧 주체‘라는 의미다. ’실체‘라는 개념은 서양 근대 철학에서 철학자들이 무수히 연구하고 해석해온 것이다. 한마디로, 실체란 실재하는 것이다. 헤겔은 실체와 사유의 대립이라는 관점에 반대했다. 그는 인류의 이성이 실재하는 것에 내재된 본질에 다다를 수 있다고 믿었다. 실체, 자연, 정신을 연결하는 것이 바로 변증법적 운동 과정에 있는 인간의 사유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헤겔은 실체를 사유 안에 포함한다. 뿐만 아니라 실체는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니라 활동하는 것이며, 자연 속에서 자신을 외화하고 자신의 동일성을 재건한다. 바꾸어 말하면, 실체는 현실 세계에서 자기 자신을 전개하고 풍부한 내용을 획득하므로 현실적이다. 이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헤겔의 변증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사람들은 변증법이 뭐 하는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변증법은 헤겔이 운동과 변화를 어떻게 이해했는가와 관련이 있다. 헤겔은 변화를 낭만주의 방식으로 이해하는 데 반대했다. 당시 독일의 낭만주의와 신비주의 사조에서는 세게의 변화는 비이성적이므로 논리의 방식으로 표현할 수 없고, 언어로도 전달될 수 없으므로 신비 체험이나 신의 계시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은 모두에게 개방된 지식이 될 수 없었다. 그래서 헤겔은 이런 계시류의 지식에 반대했던 것이다. 헤겔은 매우 형식화된 언어로 변화를 묘사했다. 바로 이렇게 고도로 형식화된 언어와 서술 방식을 헤겔은 ’논리학‘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헤겔의 변증 논리는 형식 논리와 다르다. 헤겔의 변증법은 전체에 대한 장악이기 때문이다. 헤겔은 왜 변증 논리를 생각했을까? 그러자면 먼저 형식 논리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형식 논리에는 동일률, 모순률, 배중률이라는 세 가지 기본 원칙이 있다. A는 A다(동일률), A는 A아닌 것이 아니다(모순율), A는 A이거나 A 아닌 것이지 그 중간은 없다(배중률). 이러한 형식 논리에서 하나의 대상인 A는 항구 불변해야 한다. A는 계속해서 A여야만 한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러한 형식 논리로는 변화를 다룰 수 없다는 데 있다. 이를테면, 씨앗이 자라 나무가 되는 것처럼. 형식 논리에 따르면, 원래의 씨앗이 A라면 그것이 자라 서 된 나무는 A가 아니다. 그렇지만 둘은 결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별개의 존재가 아니다. 씨앗이 자라거 나무가 되는 과정은 운동의 여러 단계를 보여준다. 바로 이 지점에서 반드시 언급해야 할 헤겔 철학의 중요한 개념이 있다. 바로 지양(止揚)이다. 지양이란 소멸했으나 남겨진 것으로, 변증법에서는 ’종합‘의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자,씨앗에서 싹이 트고 자라서 나무가 되었다. 그렇다면 원래의 씨앗은 남아 있나 없어졌나? 씨앗 자체는 사라졌지만, 그 씨앗이 나무로 변했다. 이것은 소멸한 것이 아니라, 씨앗의 모든 요소가 나무안에 세롭게 자리한 것이다. 반대로, 씨앗이 만약 자신의 원래 형태를 버리지 못했다면, 즉 자아부정이 없었더라면, 훗날의 높게 자라난 나무도 없을 것이다. 단, 헤겔의 변증 논리는 정신 활동의 내재적 동력과 인류 역사 전체의 발전 과정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 모든 세세하고 구체적인 사건에 직접 적용되지는 않는다. 변증법은 헤겔이 인류 역사를 해부하기 위해 발명한 거대한 칼과 같다. 그것을 손바닥만 한 천에 수를 놓는데 쓸 수는 없는 것과 비슷하다. -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 - <정신현상학>에서 가장 유명한 부분은 4장에 나오는 주인과 노에의 변증법이다. 이것은 헤겔 변증법의 가장 고전적인 예다. 헤겔이 <정신현상학> 4장에서 탐구한 것은 자기의식이다. 헤겔은 인간의 자기의식은 자기 외부의 대상을 통해 자신을 돌아봄으로써 확립된다고 말한다. 이 말은 곧 어떤 사람이 태어난 뒤로 아무것도 없는 방 안에서 어떤 사람이나 사물과도 접촉하지 않응 채 살아가면 자기의식을 확립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기의식의 확립에는 또 다른 중요한 단계가 있는데, 바로 또 다른 자기의식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승인은 종종 상호적이다. 그렇다는 것은 승인자와 피승인자가 따로 고정적으로 존재할 수도, 즉 자기의식에 대한 승인이 일방적일 수도 있는가? 이에 대해 헤겔은 다음과 같은 가설을 내놓는다. 원시사회에서는 전쟁이 일어나면 패배한 쪽이 노에가 돼 목숨을 지키고, 이긴 쪽은 기꺼이 주인이 된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런데 노예와 주인이라는 지위는 단독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주인이 노예를 잃으면, 그는 더 이상 주인일 수 없게 된다. 주인이라는 지위는 노예의 승인을 얻는다. 그러나 노예는 주인으로부터 아무런 승인도 얻을 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면, 주인은 노예에게 명령하고 일을 시킨 뒤 가만히 앉아 누리는데 익수해진다. 노예는 고된 노동을 하며 외부 사물을 ’가공하고 개조해‘ 창조한 부를 주인에게 바친다. 그런데 이렇게 외부 사물을 가공하고 개조하는 과정에서 노예에게는 점차 자기의식이 생긴다. 노예는 자신의 창조물을 통해 자기 자신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주인은 자신의 모든 생활을 노예에게 의존한다. 노예는 부를 창조하고 부를 지배하는 과정에서 점차 주인을 지배하게 된다. 마지막에 가서 주인과 노예의 관계는 역전된다. 주인이 노예가 되고, 노예가 주인이 되는 것이다.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을 통해 헤겔은 어떤 사물이든 발전 과정에서 자신 안에 내재된 모순 운동을 통해 자기 자신의 대립면으로 변화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헤겔은 자신에 이르러 철학이 종결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최후의 백과사전적 사상가이자 체계의 철학자였다. 이후의 마르크스와 실존주의 철학은 모두 헤겔 철학의 영향을 깊이 받았다. 헤겔은 현대 철학에 우뚝 선 높고 거대한 봉우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