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3. 9월의 추천 도서 -------여성 조선 임언영·이지은 기자

1. 이야기꾼이 남기고 간 오래된 비밀 지난 7월 작고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갈릴레오’ 시리즈 열 번째 장편. 이야기는 한 남자의 시신이 바다에 떠오르면서 시작한다. 사건을 쫓던 형사 구사나기와 우쓰미는 뜻밖에도 오랜 조력자 유카와 마나부의 이름과 마주한다. 늘 사건을 풀어내던 천재 물리학자 유카와가 이번에는 비밀의 당사자가 된 것이다. 여기에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한 가족의 사연이 맞물리며 지금껏 베일에 싸여 있던 유카와의 과거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작품을 두고 “오랫동안 나만이 간직했던 이야기를 비로소 풀어냈다”며 “갈릴레오 팬이라면 분명 놀랄 것이고, 히가시노 팬이라면 더욱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처럼 은 시리즈의 익숙한 구도를 뒤집는다. 치밀한 추리의 끝에서도 인간에 대한 연민과 온기를 놓치지 않았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미덕 역시 여전하다. 더욱 애틋한 것은 작가가 국내 출간 바로 다음 날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다. 다행히 아직 유작 이 남아 있으니 슬픈 작별은 잠시 미뤄두어도 좋겠다. 그 마지막 이야기를 기다리는 동안 이 책은 한 시대를 사로잡은 이야기꾼의 궤적을 따라가기에 더없이 좋은 한 권이 될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선영 옮김, 북다 2. 상실과 슬픔에도 문법이 있다면 상실을 탐험한 한 신경학자의 애도 일지이자, 슬픔의 정체를 뇌과학으로 추적한 탐사 기록이다. 상실은 종종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처럼 다가온다. 캄캄한 어둠 속에 갇혀 다시는 빛을 보지 못할 것 같은 막막함. 이 책은 그 어둠에 손전등 하나를 쥐어준다. 36년을 함께 산 남편을 떠나보낸 저자는 자신의 상실마저 연구 대상으로 삼아, 슬픔이 뇌와 몸에 새기는 흔적을 과학의 언어로 정직하게 풀어낸다. 그렇게 슬픔의 생리를 하나씩 밝혀냄으로써 어둠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 방법을 깨닫는다. 터널에 입구가 있다면 반드시 출구도 있다는 사실과 함께. 바버라 블래츨리 지음, 제효영 옮김, 디플롯 3. 이별은 종결이 아닌 사랑의 확장 이 에세이는 아프리카 땅에 사랑하는 존재를 묻어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한국 여성 최초 유네스코 본부 국장을 지낸 최수향은 2008년 짐바브웨에서 반려견 디디를 만났다. 이후 16년간 함께 살아가면서, 저자는 한 존재를 사랑하는 일이 삶의 반경을 얼마나 넓힐 수 있는지 깨닫는다. 마침내 찾아온 이별 역시 그 사랑을 종결시키진 못한다. 떠난 존재가 열어준 세계는 고스란히 남아 살아 있는 이를 계속 앞으로 걷게 하기 때문이다. 은 그 길고 아득한 사랑의 궤적을 따라 산책하듯 천천히 되짚어보게 한다. 최수향 지음, 흐름출판 4. 내 감정을 명확하게 정의하는 법 모호한 마음을 명확한 언어로 옮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우리의 행복은 조금 더 생생해지고 슬픔은 조금 더 견딜 만해질 텐데. 감정의 주인인 나조차 내 마음을 명료하게 설명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렇게 뭉뚱그려 넘긴 감정들은 이따금 응어리가 되어 마음 한편에 가라앉는다. 일러스트레이터 잔보는 이렇게 이름 없이 떠돌던 감정 100가지에 하나씩 이름을 붙이고 그 곁에 사랑스러운 그림과 짧은 단상을 나란히 둔다. 그렇게 구체화된 마음은 더는 흐릿하지 않다. 잔보 지음, 나무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