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4. 정의는 옳고 그름을 넘어 조화로움을 실현하는 것이다 ------- 하루 한장 삶에 새기는 철학의 지혜 , 최영원

“정의란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 플라톤, <국가> 우리가 살아가면서 지녀야 할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는 정의다. 우리는 정의를 흔히 옳고 그름, 선과 악의 문제로 단순화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플라톤은 <국가>에서 정의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정의란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조화를 이루는 상태다.” 이는 정의가 단순히 개인의 윤리적 선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조화로운 구조와 연결됨을 알 수 있다. 플라톤은 인간의 영혼과 국가를 다음과 같이 비유했다. “국가가 정의로울 때는 각 계급이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할 때이며, 마찬가지로 개인의 영혼도 이성, 기개, 욕망이 각자의 자리를 지킬 때 정의로워진다.” 그는 정의를 외부 규칙의 문제가 아닌 내면의 질서와 조화의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우리는 종종 정의를 법적 규칙이나 도덕적 기준으로 국한시키지만, 정의는 우리 각자의 삶에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나는 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 나의 선택은 나 자신과 타인의 이익에 조화를 이루고 있는가? 플라톤은 이러한 질문을 통해 정의를 개인의 내면과 사회적 관계 모두에 적용하고자 했다. 이처럼 플라톤이 말하는 정의는 타인을 판단하는 잣대가 아니라 결국 나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이라 할 수 있다. 2018년 통계청의 ‘사회적 공정성과 신뢰의 관계’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 국민이 전반적으로 한국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많은 사람이 “저 사람은 공정하지 않아.” “이 상황은 불공평해”라고 정의를 외부로 투사한다. 그렇다면 우리 각자는 자신에게 “나는 공정한가?” “나는 내 역할에 충실한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각자 정의로움에 충실할 때 사회의 정의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라톤은 <국가>에서 정의를 다음과 같이 ‘영혼의 조화’로 설명했다. 이성은 방향을 제시하고, 기개는 용기를 주며, 욕망은 삶의 동력을 제공한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룰 때 개인은 정의로워진다. 이는 곧 자기 인식과 자기 통제의 문제에 해당한다. 나는 내 용망에 끌려가고 있는가, 아니면 이성적으로 선택하고 있는가를 인식하고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그리고 용기는 단순히 두려움이 없는 태도가 아니라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선택하고 지키는 힘이다. 현대 사회는 경쟁과 비교 속에서 나를 타인과 끊임없이 비교하고 견준다.특히 개인의 삶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SNS는 그러한 경향을 부추긴다. 그러나 정의로운 삶은 외부의 평가보다 내면의 질서에서 시작된다.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내면의 양심에 귀를 기울이고 충실할 때 우리는 진정으로 정의로운 삶에 가까워질 수 있다. 훌륭한 행실을 기록한 책이라는 의미의 <景行錄>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밀실에 앉아 있어도 마치 네거리에 앉아 있는 것처럼 여기고, 작은 마음을 제어하기를 마치 여섯 필의 말을 부리는 것처럼 하면 허물을 면할 수 있다.” 남은 속일 수 있어도 자신의 양심은 속일 수없다. 그래서 자신의 내면의 질서를 잘 다스리면 실수와 잘못을 줄일 수 있다. 이는 끊임없이 나를 돌아보고 조화를 이루려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플라톤은 정의가 개인과 사회 모두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상 속에서 어떻게 정의로운 삶을 실천할 수 있을까? 첫째,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인식하자. 우리는 가족, 직장, 사회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각 역할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를 인식하고 책임을 지자. 그리고 책임을 다하는 것을 넘어 그 역할이 나와 타인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도 생각해보자. 둘째, 내면의 조화를 유지하자. 이성, 감정, 욕망이 충돌할 때가 있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하나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이들 간의 균형을 찾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욕망이 강할 때는 이성으로 그 방향성을 점검하고 제어하며, 용기를 내야 할 때는 기개를 통해 옳으 선택을 지지하는 것이다. 셋째, 타인과의 관계에서 공정을 실천하자. 정의는 개인의 내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에서 공정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형식적 평등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배려와 존중을 포함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자신의 권리만큼 타인의 권리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정의로운 삶은 이상적인 상태가 아니라 우리가 살면서 끊임없이 추구해야 하는 과정이다. 때로는 정의를 선택하는 것에 실패하고, 진정한 정의로움이 무엇인지 스스로 모순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나 자신과 사회의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플라톤이 말한 정의는 완성된 목표가 아니라 매일의 선택과 성찰 속에서 살아 숨쉬는 가치다. 우리 삶과 사회는 공정하고 정의롭기보다 불공정하고 불의가 넘쳐나지만, 각 개인들이 끊임없이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갈구하고 정의로움을 실천할 때 정의로운 사회에 보다 가까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