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 토마스 홉스 –-------- 리바이어던
- 리바이어던 -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은 영국의 내전 기간에 쓰였다. ‘리바이어던’은 원래 <성경>에 나오는 사악하고 무지막지한 힘을 가진 바다 괴물로, 통상적으로 고래나 악어의 형상으로 묘사된다. 1649년 1월 30일, 영국 국왕 찰스 1세가 단두대에서 처형되었다. 그 전후로 여러 차례에 걸친 내전이 일어나 전쟁터에서만 약 8,5000여 명이 사망하고, 전쟁 기간 중 총 10만 여 명이 사망했다. 내전이 남긴 상처는 참혹했다. 홉스도 전쟁으로 갈가리 찢긴 조국의 참상에 비통하기 그지 없었다. <리바이어던> 이라는 서양정치철학사의 명작은 사실 이렇게 홉스의 ‘전쟁증후군’의 산물이었다. 인류 사회의 기초와 정부의 합법성의 기원에 대해 논하는 이 책을 통해 홉스는 사회 현실에 대해 깊은 숙고를 이어나갔다.
<리바이어던>은 각각 인간에 대하여, 코먼웰스에 대하여, 기독교 코먼웰스에 대하여, 어둠의 나라에 대하여 등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서는 우주가 물질로 이루어져있다는 유물론적 입장에 기반한 홉스의 기본 철학이 담겨 있다. 2부는 홉스가 자연 상태에서의 인간 존재의 본성에 대해 분석하는 내용으로, 후대의 철학자들이 가장 중시한 부분이다. 3부는 기독교 코먼웰스에 대한 내용으로, 홉스는 교회가 세속의 정권하에 있어야 하며 세속의 권력 이상의 권리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4부에서 홉스는 로마 카톨릭 교회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교회 세력은 대학에서 떠나야 하고 대학은 교회의 통제와 영향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 ‘만인에 대한 늑대’상태에서 ‘사회계약으로 -
홉스는 <리바이어던>13장에서 ’자연 상태‘에 대해 이야기 한다. 홉스는 국가의 필요성을 논증하기 전에, 국가도 사회도 법률도 도덕도 없는 상태에서의 인류는 어떤 상태에 처하게 되는가를 탐구한다.
이때의 자연 상태는 모든 개인이 평등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런 관념은 현대의 정치철학을 상징하는 기점이기도 하다. 이러한 자연 상태에서 모든 개인은 독립적 개체이고 표면적으로는 모두가 평등하지만, 실제로는 투쟁과 살육이 만연한 야만의 상태로 살게 된다. 홉스는 인간의 천성이 경쟁, 자기 확신의 결여, 공명심이 이러한 투쟁의 주요 원인이라고 보았다. “인간은 그들 모두를 위압하는 공통의 권력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는 전쟁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이 전쟁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다. 인간은 식욕, 성욕과 같은 동물적 욕망 때문에 제멋대로 행동하며 함부로 빼앗고 서로 죽일 수 있다. 이러한 전쟁 상태에서는 산업이 제대로 존재할 수 없고 생산물이 안정적이지 않아, 누군가가 무엇을 생산하기만 하면 곧바로 다른 누군가가 그것을 빼앗아 가버릴 수 있다. 그래서 홉스는 이런 전쟁 상태에서는 예술도 문학도 부도 제대로 지켜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더욱 참담한 것은 ”끊임없는 공포와 생사의 갈림길에서 인간의 삶은 고독하고, 가난하고, 험악하고, 잔인하고, 그리고 짧다“라는 사실이다. 이런 전쟁 상태에서는 평화와 안정이 존재할 수 없기에, 모든 사람이 자신의 생존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자연 상태에서의 인간은 매일 같이 공포와 불안에 떨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이때, 이성을 지닌 인간이라면 평화 상태에 이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 여기서 홉스가 제시하는 방법이 바로 사회 계약이다.
계약이란 무엇인가? 홉스가 말하는 계약은 우리가 흔히 종이에 펜으로 서명하는 형태의 어떤 문서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자기 보존을 위해 자신의 권리 일부를 주권자에게 양도하고, 동시에 주권자의 보호를 받으며 그에게 복종하기로 하는 일종의 거래다. 여기서 주권자는 곧 절대 권위, 리바이어던이다. 주권자는 어느 한 개인이나 조직이 아니며, 주로 공적 권력을 가진 국가를 의미한다.
홉스의 사회계약설을 통해 국가의 필요성과 법칙의 기원이라는 문제를 해결했다. 홉스의 사회계약은 국가가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권리의 양도를 거쳐 세워진 것임을 논증한다. 국가의 목적은 모든 사람이 상호 투쟁하는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모두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다. 사회계약을 통해 세워진 국가는 모든 사람이 바라는 바에 부합하므로 합법성을 지닌다.
원서 <리바이어던>의 속표지에는 흥미로운 삽화가 하나 실려 있다. 지평선 위로 솟아오른 한 거인이 머리에는 왕관을 쓰고, 양손에 각각 칼과 홀을 쥐고 있다. 누가 봐도 한 나라의 군주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 군주의 몸은 수많은 개인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그림은 홉스의 사회계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가는 위대한 거인 혹은 괴물(리바이어던)이지만, 그것은 사실 모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으로 이루어진 존재이며 모든 국민은 평등하다는 것이다. 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리바이어던의 생명은 모든 국민이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평화를 확보하고자 하는 바람, 즉 이상적인 공적 정부에 대한 사람들의 요구를 토대로 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국가는 ’사람이 만든 신‘ -
홉스는 <리바이어던> 17장에서 국가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당신이 한 사람 또는 합의체에게 권리를 양도하고, 그의 모든 행동을 승인한다는 조건으로, 나도 그 사람 또는 그 합의체에게 나 스스로를 다스릴 권리를 양도한다. 이렇게 해서 하나의 인격으로 뭉친 집단을 국가라 한다.“ 이로써 위대한 리바이어던이 탄생했다.
홉스는 국가를 지상의 신 혹은 ’인간이 만든 신‘이라고 불렀다. 이 신은 인간 스스로가 창조한 신이자, 인간들 자신으로 이루어진 신이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홉스가 국가의 기원에 대해 논하는 과정에서 그 어떤 신학 이론도 동원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전까지 영국은 전제 통치의 합법성을 신으로부터 부여받았다는 왕권신수설의 시대였다. 즉 모든 나라의 왕은 신으로부터
통치의 권한을 위임받아, 신을 대리해 국가의 모든 사람들을 관리하고 통치한다고 여겼다. 그러므로 국민은 왕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곧 신의 의지에 복종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홉스는 이성적인 인간이라는 가설을 들어, 자연 상태로부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 국가의 필요성을 도출해냈다. 국민이 군주에게 복종하는 것은 군주야말로 국가 권력이 육화된 대표 상징이기 때문이다. 이제 국왕의 권력은 더 이상 신으로부터가 아니라 국민에게서 나온다.
그러므로 리바이어던은 당연히 절대권력을 갖추어야만 한다. 절대 권력 없이는 모든 사람을 위압할 수 없고, 그리하면 국가는 해체될 것이며, 모든 사람들은 또다시 자연 상태로 돌아가 공포와 투쟁 속에서 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홉스는 강력한 리바이어던 혹은 주권자야말로 참혹한 내전을 다스릴 유일한 치료약이라고 생각했다. 주권자가 충분히 강대해야만 모든 사람이 그 막강한 권력 앞에서 공포감을 느끼고 평화를 되찾아 사회를 재건하고 안정을 유지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들로서는 이런 식의 절대주의 사상을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이것은 홉스가 내전의 포화가 가시지 않은 조국을 바라보며 국가의 통일과 평화를 추구한 결과물이었다.
홉스의 사회계약설에 따르면, 정치적 게약은 일단 성립되면 모든 사람이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 계약을 위반하면? 이때는 어떻게 해야 다른 누군가의 계약 위반을 방지할 수 있을까? 바로 이런 이유로, 홉스는 공적 권력의 보장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국가의 공적 권력은 세 가지 역할을 한다. 첫째, 외적의 침입을 막는다. 둘째, 국가 내부의 평화와 안정을 지킨다. 셋째, 국민들의 노동의 결과물을 ㅂ장해 국민들이 마음 편히 생업에 존사할 수 있게 한다. 국가가 이 세 가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권력 일부를 주권자에게 양도해야 한다. 홉스의 시대에 주권자는 곧 군주였다. 당시의 영국인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군주를 단두대에서 처형했으나, 홉스는 여전히 군주라는 존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군주는 리바이어던의 인격화였다.
홉스는 정치제도를 크게 군주제, 귀족제, 민주제로 나누고, 이 가운데 군주제가 가장 좋은 정체라고 생각했다. 군주제에서는 국가의 이익과 군주 개인을 결합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번영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홉스도 사람은 누구나 사욕이 있음을 인정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자신의, 가족의, 친척의 이익을 더 많이 추구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공적,사적 이익을 군주라는 매개에 결합시키면 공적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홉스의 생각이었다. 어느 한 나라의 국민들이 빈곤하면 그 나라의 군주도 빈곤하다. 어느 한 나라의 국민이 외적을 막아내지 못하면 그 나라의 군주도 명예와 안전을 잃는다. 홉스가 주권자의 권력이 극대화돼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는, 당시 영국의 국가권력이 국왕과 상하원의 의회로 분산돼 있었던 탓에 내전에 쉽게 빠져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권력이 국왕 한 사람에게 집중되면 최소한 내전이 일어나는 것은 피할 수 있다. 홉스의 이런 관점은 후대의 로크, 몽테스키외의 분권설과는 상반된다. 홉스도 주권자의 통치가 독재화될 수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전제 통치로라도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군주가 무정부적인 자연상태로 빠져드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국왕의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면,국민이 국왕을 폐할 수도 있는가? 홉스는 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인간이 스스로를 통치할 수 있었다면 통일된 강제력이 필요하지도 않았을 것“이기 때문. 홉스는 민주제에 대해 깊이 회의한 반면, 리바이어던의 필요성은 절대적으로 확신했다. 리바이어던의 존재가 없으면 상하 양원의 국회의원들이 하루 종일 싸우기만 할 뿐 좀처럼 공동 인식에는 이르지 못하듯, 사람들 사이의 협력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홉스도 한 가지 상황에서만은 국민이 사회계약을 뒤엎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바로, 리바이어던이 더 이상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할 때다.
여러분은 홉스의 리바이어던이 지나치게 강대하다고 느껴지는가? 이 세상에 정말로 리바이어던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종국에 가서 어떤 모습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