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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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족 ----------- 김수영
고색이 창연한 우리 집에도 어느덧 물결과 바람이 신선한 기운을 가지고 쏟아져 들어왔다. 이렇게 많은 식구들이 아침이면 눈을 부비고 나가서 저녁에 들어올 때마다 먼지처럼 인색하게 묻혀 가지고 들어온 것 얼마나 장구한 세월이 흘러갔던가 파도처럼 옆으로 혹은 세대를 가리키는 지층의 단면처럼 억세고도 아름다운 색깔... 누구 한 사람의 입김이 아니라 모든 가족의 입김이 합치어진 것 그것은 저 넓은 문창호의 수많은 틈 사이로 흘러들어 오는 겨울바람보다도 나의 눈을 밝게 한다. 조용하고 늠름한 불빛 아래 가족들이 저마다 떠드는 소리도 귀에 거슬리지 않는 것은 내가 그들에게 전령全靈을 맡긴 탓인가 내가 지금 순한 고개를 숙이고 온 마음을 다하여 즐기고 있는 서책은 위대한 고대 조각의 사진 그렇지만 구차한 나의 머리에 성스러운 향수鄕愁와 우주의 위대함을 담아주는 삽시간의 자극을 나의 가족들의 기미 많은 얼굴에 비하여 보아서는 아니 될 것이다. 제각각 자기 생각에 빠져 있으면서 그래도 조금이나 부자연한 곳이 없는 이 가족의 조화와 통일을 나는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냐 차라리 위대한 것을 바라지 말았으면 상순한 가족들이 모여서 죄 없는 말을 주고 받는 좁아도 좋고 넓어도 좋은 방 안에서 나의 위대의 소재所在를 생각하고 더듬어 보고 짚어 보지 않았으면 거칠기 짝이 없는 우리 집안의 한없이 순하고 아득한 바람과 물결... 이것이 사랑이냐 낡아도 좋은 것은 사랑뿐이냐
작성일 : 2026-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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